2022년 행정안전부는 전국 122개 지자체(광역 15, 기초 107)를 대상으로 연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2031년까지 10년간 지급하는 계획을 마련하였습니다. 특기할 점은 기초계정기금에 대해서는 지자체간 사업계획서 평가를 통해 정해진 등급을 기준으로 배분액에 차등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운영방식이 지방인구감소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본 기금 운영에 대한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목차
예측이 어려운 기금운용 방식
매년 평가를 통해 배분하는 방식
행정안전부가 주관하고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시행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매년 평가를 통해 연간 7,500억원 규모의 기초계정기금을 107개 기초지자체에 배분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행정에서 하나의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획·계획-행정사전이행절차-실시설계-착공-준공까지 3~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연차별 예산운영계획을 수립하며, 이 기간 동안 안정적인 재원 공급이 이루어져야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년 1년 단위의 평가를 통해 예산액이 결정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해당 사업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년 바뀌는 배분기준
이와 함께 행안부는 매년 배분기준을 변경하고 있습니다. 2022~2023년도에는 5개의 평가등급, 2024년도에는 4개 평가등급, 2025년도에는 2개 평가등급으로 배분액을 정하여 기금을 배분하고 있는데, 매년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배분기준으로 인해 지자체는 기금예산으로 사업추진하기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즉, 사업 추진과 집행에 있어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예산배분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지방소멸대응기금의 경우 행정안전부 취향에 따라 기금의 배분기준과 평가기준이 매년 뒤바뀌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규모가 있는 장기 프로젝트를 본 기금으로 추진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신속집행 압박
예측하기 어려운 기금의 운영방식과 함께 행정에서의 신속집행제도는 기금으로 새로운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신규 시책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행정사전이행절차를 걸쳐야 하는데 이를 위한 기간이 통상 6개월에서 1년 사이가 소요된다는 것입니다. 행정사전이행절차는 예산이 거의 들지 않으므로 기금예산을 확보해도 바로 그 돈을 사용할 수 없는데, 행안부는 이러한 세부적인 절차를 살피기 보다는 관리하기 쉬운 기금예산 집행률만 기준으로 사업을 총괄하며 지자체에게 책임으로 내모는 모양새를 만들어냈습니다. 기금사업 집행률이 저조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기금을 삭감하거나 다음 연도 평가에서 패널티를 주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지자체 입장에서 기금은 애물단지 같은 존재가 되었으며, 제도의 취지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초지자체 행정의 메커니즘
지방소멸대응기금제도의 당초 취지는 각 지역이 가진 특성과 보완점을 면밀하게 조사하여 지자체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지역수요 맞춤형 사업을 발굴하여 추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제도의 순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기초지자체 행정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자체가 어떠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민, 사회단체장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합치를 거쳐야 하며, 관계부처의 허가 등이 필요한 사안에 대한 협의 등 여러가지 부가적인 과정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돈을 줘도 못쓴다고 비판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제도를 운영하는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지자체의 노고와 어려움을 잘 알고 이를 원만히 해결하여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지방소멸 대응기금 투자사업의 성공사례는 앞으로 찾아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모호한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분야
결국 몇몇 지자체는 집행률 제고를 위해 기금예산으로 토지매입, 공약사업 추진 등 지역인구감소 문제와 상관없는 곳에 예산을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애매모호한 지방소멸 대응기금의 사용범위입니다. 인건비, 현금성지원, 기반시설(도로, 상하수도 등..) 조성을 제외한 모든 사업이 가능한 특별교부세 형식의 재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다보니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눈 먼 돈’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점 해결 방안
앞서 설명한 문제점들을 종합해보면 지자체가 의미 있는 어떠한 사업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의견수렴 과정에서 사업내용이 변경될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신속집행과 불안한 기금배분계획으로 인해 중장기 기금사업 추진은 더욱 어렵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방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사업 가이드라인 설정
지방소멸 대응기금이 의미 있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공통된 사업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군 단위 시골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방과후 학습·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며 도서관마저도 그 시설이 노후화되어 상당히 열악한 곳이 많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예시_청소년 방과 후 스터디카페 조성 기준)을 행안부가 정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 사업별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지자체는 지역현황분석을 통해 필요한 사업을 선택하고 가이드라인에 맞춰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불필요한 행정사전이행절차를 상당부분 간소화할 수 있으며, 민원발생 등으로 인해 다른 내용으로 사업이 변질될 위험도 제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신규시책사업에 대한 전폭 지원
어쨌거나 저쨌거나 매년 평가를 통해 기금을 배분하고 싶은 행안부의 마음이라면, 정말 잘 될 것 같은 사업에 대해서는 그 필요 기간만큼 필요한 기금배분액 배분을 보장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25~’27년간 추진해야 하는 A라는 사업이 정말 타당하고 인구감소 대응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 된다면 ’25~’27 3년간 필요한 기금액을 보장해주고 지원해주자는 겁니다.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구감소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너무 극단적으로 일어나서 그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지는 감이 있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극단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구감소문제 해결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연간 1조원을 122개 지자체에 나누어 배분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는 국가재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인구감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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