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조직 내에서 인원 충원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직렬 중 하나가 토목직 공무원이라고 합니다. 제가 아는 동생도 지자체 토목직으로 5년정도 근무하다가 그만뒀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토목직 공무원의 현실에 대한 모든 내용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포스팅해보겠습니다.
목차
토목직 공무원이 하는일은?
토목직 공무원의 업무는 국가직과 지방직 모두 크게 토목사업, 인허가, 기반시설에 대한 재해예방 3가지로 나뉩니다. 여기서 토목사업과 인허가와 관련해서는 엔지니어링 업체, 건설업체 등에게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토목사업
토목사업은 국가업무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업무인데요. 예컨데 국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도로를 개설한다던지, 하천 및 기반시설 등을 구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합니다. 여기서 토목 공무원은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업무를 맡으며, 사업의 추진은 업체 발주를 통해 진행하며 공무원은 업체의 사업 진행에 대해 총괄관리·감독을 하게됩니다.
중앙부처는 고속도로, 국도, 철도, 국가하천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지자체의 경우 지방도, 지방하천, 농어촌 기반조성 등 중·소 토목사업을 맡으며, 토목사업의 기획·계획과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각종 행정행위 일체가 포함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말 괜찮은 직업인 것 같지만 현실은 빡쏍니다. 토목사업을 실현하기 위해선 먼저 토지수용과 보상을 해야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민원이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사전행정이행절차→실시설계→계약→착공)도 상당한 업무량을 필요로 하구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민원도 모두 공무원의 몫입니다. 만에 하나 공사 중 사망사고라도 발생하게 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무거운 법적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습니다.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요. 예컨데 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를 건설하였는데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경우 담당공무원, 감독공무원, 당시 팀장, 과장 모두 책임을 져야하기 떄문입니다. 책임은 감사 후 징계를 받으며, 경우(예컨데 중대한 하자로 국민이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등)에 따라서는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업을 1명의 토목직 공무원이 1~2개씩만 맡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개(수십개)를 맡아서 진행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많아 야근이 잦고 짊어져야 할 책임도 상당하죠. 여기서 현타를 느끼고 나가떨어지는 젊은 토목직 공무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가끔 지자체에서 토목직 공무원 특별채용시험을 시행하는 것은 내부적으로는 이런 속사정이 있어서 입니다.
인허가
토목사업과 관련한 공사 인허가 및 건설업·종합건설업·중장비 등과 관련한 건설기술관리 업무를 맡게됩니다. 가끔 인허가 문제로 악성민원이 발생하긴 하지만 토목사업 담당자보다는 업무가 훨씬 수월합니다.
재해예방
도로나 하천 등 기반시설과 관련한 재해예방을 담당합니다. 예를 들면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도로의 제설을 총괄하며, 홍수에 대비하여 하천을 정비하는 등 기반시설에 대한 방재업무를 맡습니다. 평소에는 문제 없으나 기상상황에 따라 야근을 하기도 하고, 현장에 나가서 근무를 하기도 합니다.
주로 어느부서에서 일하나?
국가직
중앙부처의 경우 주요 부서는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입니다. 하지만 특정 부서에 국한하지 않고 토목공사가 필요한 모든 부처에 배치됩니다. 예를 들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반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해당 부서로 토목직 공무원이 배치될 수도 있습니다.
지방직
지자체 주요 부서는 건설·교통·재난안전과 관련된 부서입니다. 지자체마다 부서명이 다르기에 참고만 하시면 되겠습니다. 덧붙여 국가직과 마찬가지로 지방직도 특정 부서에 국한하지 않고 토목공사가 필요한 모든 부처에 배치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초지자체의 경우에는 읍·면·동사무소에도 토목직 공무원이 배치되어 기반시설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9급 토목직 승진은 어디까지?
그래서 토목직 공무원은 어디까지 승진할 수 있을까요?
중앙부처의 경우 5급 행시와 7급 공채가 있어서 9급 출신이 5급 사무관 이상으로 승진하기에는 쉽지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6급 주무관에서 퇴직하게 됩니다. 이건 비단 토목직뿐만인 아니라 9급 모든 직렬이 똑같습니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 하나 빼면 사실 중앙부처 9급은 별 메리트가 없습니다.
반면 9급 토목직으로 사무관 이상 승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훨씬 유리합니다. 지자체의 경우는 지역이나 상·급 기관 차이에 따라 4~5급 과장자리나 3~4급 국장 자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토목직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응시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조직도를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지자체 중에서도 기초지자체 보다는 광역지자체가 5급 이상 자리가 훨씬 많으니 승진을 생각하는 분들은 광역지자체로 진로를 잡고 공직생활을 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다.
9급 토목직의 현실
신규공무원은 견디기 힘든 초임급여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토목직렬은 업무량도 많고 따르는 책임도 상당합니다. 반면에 초임 때 받는 급여는 초라하기 짝이 없죠. 신규 임용자 대부분이 공무원 급여에 대해 알고 있어서 급여때문에 퇴직하는 일은 없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대적 박탈감과 괴리감으로 인해 업무수행에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상당수 있습니다. “이 돈 받고 이렇게 까지 일해야 하나”라는 불만이 상당하다는 거죠. 뭐 이건 다른직렬도 다 마찬가지라서 공무원 보수체계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요 감사 대상
토목사업은 타 부서의 사업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한 예산이 수반합니다. 이로 인해 항상 토목직 공무원은 감사의 대상이 되고 감사기간 받는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직원도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지자체 공무원의 경우 감사가 생각보다 자주 있어서 이에 대한 압박감이 더 심하게 찾아올 수도 있는데, 이는 결국 공무원들이 소극행정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남초집단
토목직렬의 경우 공무원 조직 내에서 대표적인 남초집단으로 분류됩니다. 대학교에서 토목과 남성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현상이 공무원 사회에 그대로 되물림 됩니다. 이로 인해 토목직 사이에서는 위계질서가 아직도 상당히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를 싫어하는 분이라면 조직에 적응하기가 좀 어려울수도 있습니다.
비교적 전출이 쉬움
토목직의 경우 그만두는 직원이 많아서 인력부족을 많이 겪는 직렬중 하나입니다. 그러다보니 각 기관에서 토목직 모셔가기를 많이 하는데요. 전입시험, 파견 후 전출, 전입공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직하는데, 공무원 전출과 관련해서는 아래의 포스팅을 보시면 도움이 되실테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와 별도로 토목직렬은(지적직 등 다른 소수직렬 포함)은 공채시험 커트라인이 낮다보니 아예 시험을 다시 쳐서 타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임용 후 타지역으로 전출계획을 생각하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