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저는 엉덩이 주변 통증과 함께 조금씩 혈변을 보기 시작했는데요. 처음엔 단순히 업무 스트레스로 항문피가 발생하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일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었습니다. 대변을 보면 변기 전체가 새빨개질 정도로 피로 물들었을 정도였죠. 도대체 저의 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오늘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치루 또는 직장 내 농양에 대한 모든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포스팅을 준비해봤습니다.
목차
혈변을 시작으로 통증 발생
생각해보면 수술 받기 약 5~6개월 전부터 저의 병은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큰일을 보고 닦으면 휴지에 피가 묻어나왔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그냥 너무 빡빡 닦아 그렇거나 사무실에서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치질같은게 조금 생긴게 아닌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닦이는 피의 양이 많아졌고, 수술 3개월 전부터는 변의 색깔도 붉게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엉덩이 부분에 알 수 없는 통증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의자에 앉아 있기 조금 불편한 정도의 뻐근함 정도였다면 나중엔 앉아 있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 발생했습니다. 제 자리가 사무실 중앙에 위치했는데, 오죽하면 일어서서 일 할 정도로 아팠습니다.
이쯤 되니 큰 일을 볼 때도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기 시작했는데요. 힘을 줄 때마다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정도였고, 피가 후두둑 떨어지며 붉게 물든 변기를 볼때마다 패닉에 빠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때 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의료원 오진과 대학병원 수술
업무가 너무 바쁘다보니 병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피를 보고나니 건강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근처 의료원을 방문했습니다. 보건의가 진료를 봐줬는데, 얼마 전 해외여행 때 비행기를 장시간 타서 발생한 통증이라는 소견과 진통제를 처방해줬습니다. 일주일간 진통제를 먹어봤지만 도무지 통증이 사라지지도 않고 혈변은 더 심해지기만 해서 결국 친한 동생과 함께 대학병원으로 진료를 가게 되었습니다.
대학병원 항문외과 전공교수님이 제 상태를 보더니 겉에서는 염증이나 치질의 증상이 관측되지 않아 응급상황인 것 같다며 바로 항문내시경을 진행하더군요. 수면마취도 없이 맨정신으로 내시경을 진행하였고, 내시경이 들어갈 때마다 주입하는 공기로 배가 부풀면서 느껴지는 고통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아팠습니다. 내시경 끝에 제가 겪고 있는 질환이 ‘직장 내 농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여기서 직장은 대장 끝과 항문 사이에 있는 기관을 말하며, 농양은 염증이 곪아서 고름이 차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직장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찼다는 것인데, 저 같은 경우엔 그 염증이 상당히 커져서 바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근처 병원에서 상급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받아서 대학병원으로 바로 입원한 저는 이틀 뒤 농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됩니다. 2시간 가량 수술을 끝에 농양을 제거하고 잔여 고름을 다 빼내기 위해 굵은 실을 항문 밖으로 연결시켜 놓았습니다. 그렇게 5주간 입원치료 후 두 달간 통원치료를 통해 완치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 내 농양과 치루
어쨌든 저는 치료를 무사히 잘 받고 끝나긴 했지만 직장 내 농양이 발생하게 되면 완치율은 15~20%정도 내외라고 담당 교수님이 말씀해주셨습니다. 만약 완치가 되지 않으면 염증이 있는 곳으로 대변이 쌓이면서 고름관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 고름관이 계속 진행되다보면 엉덩이 쪽으로 구멍이 뚫리게 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치루인데, 여기까지 오게 되면 대변이 이 고름관을 타고 내려와서 엉덩이 밖으로 흐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고름관을 형성하게 되면 그 길을 찾아서 막아줘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고통스럽고 어렵다고 하니 저는 천만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항문피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담당 교수님께 이런 일이 왜 발생하는지 여쭤보니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고, 잦은 음주 등 좋지 않은 식습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이 직장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물리적으로는 새우 같은 갑각류 등을 껍질 채 먹는 것과 같이 딱딱하고 뾰족한 음식물이 잔존하여 직장까지 가서 직장에 박히거나 상처를 입히게 되면 그 틈에 대변이 쌓이면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엔 업무 스트레스와 잦은 술자리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대처법
교수님께 여쭤보니 가장 좋은 대처법은 혈변을 보거나 항문피가 휴지에 묻어나오는 경우 지체없이 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부끄럽다고 병원가는 걸 미루면 약으로 고칠 수 있는 걸 수술까지 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을 수 있으니 무조건 빠른 내원을 추천드립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병
직장 내 농양, 치루, 치질 등 항문계통에서 일어나는 질병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발병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취업, 직장, 결혼문제, 금전적 문제 등 여러가지 스트레스 요인이 20~30대에 많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20대 후반 젊으니까 건강에 대한 아무런 걱정이 없었고, 여기에 별일 아닌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체질이었는데 항문피를 보고 큰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년 뒤 극심한 스트레스에 돌발성 난청이 찾아와 영구적 청력손실을 겪고 나서야 스트레스가 몸에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되었습니다.
시간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면 왜이렇게 별거 아닌 일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았는지 싶습니다. 지금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지 않기 위해 마음을 크게 열어놓고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포스팅
돌발성 난청 어지럼증 치료 및 극복 3년 간의 과정 | 직업에 미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