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겪은 돌발성 난청과 이로 인해 발생한 메니에르(극심한 어지럼증)에 대한 치료 후기에 대해서 포스팅하고자 합니다.
저는 2020년 5월 오른쪽 귀에 처음 돌발성 난청이 발병하고 이후 상태가 심각해져서 메니에르(의증)까지 진단 받았었는데요. 발병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 3년 7개월간의 저의 경험담에 대해 공유하고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목차
하루아침에 청력이 소실된 오른쪽 귀
2020년 5월 어느 밤, 육아근무를 마치고 잠들었다가 새벽에 깼는데 ‘삐~~’ 소리가 머리 전체를 울리듯 정신없이 공명을 이루고 있었는데요. 저는 그저 ‘최근 잠을 못자서 피곤해서 그런가보다~’하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오른쪽귀에서 아무런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너무나 무서워서 바로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이비인후과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았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제 상황을 듣더니 응급상황이라며 바로 청력검사를 진행하였는데, 검사결과 오른쪽귀의 청력이 저주파 영역부터 고주파 영역까지 모두 40데시벨 이상 떨어져 있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저에게 ‘돌발성 난청’이라고 진단하면서 앞으로 한동안은 힘들 수도 있을거라고 이야기 했지요. 이렇게 돌발성 난청은 첫째아이가 태어난지 2개월도 되지 않은 따뜻한 봄날 저에게 불청객처럼 찾아왔습니다.
더 나빠지는 나의 몸 상태: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처방
청력을 되살리기 위해서 의사선생님은 고용량 스테로이드제(약의 명칭은 모르겠으나 그때 당시 1회(12알)를 1일 3회에 걸쳐 복용)를 처방하였고 술/담배/커피/짠음식은 절대 먹으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는지 금세 청력이 어느정도 회복되었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24시간 쉴새없이 저를 괴롭히는 이명은 도통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3일 뒤 두 번째 진료에서 청력검사를 하니 4,000헤르츠 이하의 중저음부 영역은 정상범위로 회복하였지만 고음부분이 50데시벨 정도로 회복이 안되고 있어 이명이 들리는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스테로이드제를 다시 처방(이때는 1회 8알을 1일 3회에 걸쳐 복용)받았지만 더 이상 눈에 띄는 차도는 없었고 오히려 몸상태가 급격하게 안좋아지기 시작합니다.
몸상태가 안좋아지기 시작하더니 급격한 어지러움과 약한 어지러움이 하루종일 지속되어서 다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저에게 메니에르인 것 같아 응급소견서를 작성해줄테니 바로 대학병원으로 찾아가라고 당부했습니다.
메니에르: 극심한 이명+어지럼증과 무력감
대학병원에서 순음청력검사, 평형검사, 몸을 회전시키고 나서 눈 초점이 회복되는 시간을 확인하는 검사(?), 귀에 물을 채우고 증상을 살피는 검사 등등.. 약 4시간에 걸쳐 다양한 검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검사 끝에 메니에르(의증)이라는 진단결과를 받고 다시 약을 처방받았는데, 여기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외 혈관개선제가 함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이명과 어지럼증은 더욱 심해져만 갔습니다. 제대로 서서 직선으로 걸어가는 것이 불가능했고, 눈을 감으면 집 전체가 회전하는 느낌에 멀미가 났으며, 앞에 보이는 사물은 좌우로 움직여서 무얼 하나 제대로 일하는 것이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어지러움과 함께 24시간 제 귀와 머리를 울려대는 고주파 이명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그 소리가 더 커졌는데요. 첫째아이가 아직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자주 울어서 그때마다 찾아오는 극심한 이명은 저를 더욱 더 무기력하게 만들어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옹졸해진 내 자신: 나 외에는 아무도 몰랐던 고통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그때 당시만 해도 이 병이 워낙 생소하다 보니 가족을 포함한 모두가 저의 고통을 공감해줄 수 없었다는 겁니다. 이런 메니에르를 안고 육아를 하는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저의 상황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듯한 가족들에게 적잖은 섭섭함을 느끼며 우울증 초기 증상까지 함께 겪기도 했습니다.
깨달음: 보이지 않았던 것들
발병 2개월이 지난 2020년 7월 말, 진료를 받으러 가니 연세가 있어보이는 교수님으로 바뀌었는데, 모니터에 표시된 저의 병명을 보시더니 돌발성난청이나 메니에르는 마음의 병이라면서 요즘 힘든일이 많이 있었냐며 따뜻한 위로를 해주는게 아니겠어요?
육아휴직 이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뭔가 모를 근원적인 질문에 눈물이 앞을 가렸고, 생각지 못한 위로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사무실에서 일로 치여살던 때에는 육아휴직이 마냥 꿀처럼 달달할거라 생각했는데 육아는 상상 이상으로 고됐고, 처음으로 겪어보는 사회와 단절된 느낌은 제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외롭고 고통스러웠나봅니다.
교수님은 지금 내 상황에서 더 이상의 약물복용은 소용이 없고 본인이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극복한 수 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처방을 내려주었습니다. 저는 이때 비로소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돌난과 메니에르로 가장 힘들었던 건 사실 제가 아닌 저의 가족들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가족들은 여전히 저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있었지만 무기력하고 우울감에 빠져있던 저는 이를 외면하고 가족 모두를 힘들게 만들고 있었던겁니다.
이 우울감을 헤치고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신을 차려야만 했습니다.
치료후기
1. 운동하기: 별로 효과 없음
격한 운동은 오히려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해서 주로 달리기를 했는데, 1시간동안 약 7Km정로를 뛰다 걷다를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달리고 나서 이명이 더 크게 들리곤 해서 운동이 과연 돌난과 메니에르에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2. 안구 운동: 별로 효과 없음
병원에서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얼굴을 고정하고 안구만 특정 사물을 따라 좌우상하로 움직이는 안구운동을 알려줬는데, 사실 귀찮아서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명카페 같은 데서도 이와 관련한 게시물을 본적이 없는걸로 봐서는 눈에 띄는 효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3. 커피/술/짠음식 안먹기: 발병 초기엔 필수
커피, 술, 짠음식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지만 사실 커피는 횟수를 줄여서 계속 마셨습니다. 평소 하루에 카누(또는 믹스) 3~4잔씩 마시던걸 1~2잔 정도로 줄였는데, 발병 초기에는 커피를 마시면 이명이 커지고 어지럼증이 심해졌던 경험을 상당히 많이 했었습니다. 이런걸로 봐서는 발병 초기에는 커피/술/짠음식 등은 무조건 피해야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4. 돌발성 난청과 메니에르의 가장 큰 적을 이해하기: 절대 중요
‘만병의 원인은 스트레스다’라는 말 뜻을 이때 이해했습니다. 약물치료는 초기에 가장 효과가 있었으며,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도 남아있는 어지럼증과 이명은 약물로도 없앨 수 없었습니다.
제가 한 가지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지럼증과 이명이 심해졌으며, 스트레스가 없으면 어지럼증과 이명이 줄어듦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어지럼증과 이명이 저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이때부터 저는 되도록이면 스스로 스트레스 관리를 할 수 있게끔 성격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치료결과: 3년의 시간
돌난과 메니에르로 인해 제 인생은 정말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스트레스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도 알았구요. 3년이 지난 지금도 제 오르쪽 귀에서는 이명소리가 여전이 울려퍼지고 있지만, 평소에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소리도 작아지기도 했고, 친구처럼 느껴질만큼 익숙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명은 저의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되면 실제로 이명소리가 커져서 제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이명이 알려주는 제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어지럼증은 발병 초기에는 눈 앞의 모든 사물이 360도로 뱅뱅 도는 극한의 상황(이명카페에서는 ‘어택’이라고 부르더군요)까지 겪었다가, 스트레스 관리를 시작하고 난 이후부터는 서서히 가시더니 발병 1년차에는 잔어지럼증만 남았었고, 현재는 아예 어지럼증을 못 느낄 정도가 되었습니다.
커피는 발병 초기에 줄여서 1~2잔 마시던걸 지금은 4잔씩 꾸준히 먹고 있습니다. 술도 일주일에 1~2번씩 잘 먹구요.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발병초기에만 음식조절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그 이후로 지금까지 ‘어택’이 찾아온 적은 단 한번도 없었거든요.
돌난이나 메니에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요법도 식이요법도 운동도 아닌 스트레스 관리라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 맞습니다.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돌난과 메니에르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되찾으시길 바라면서 저의 경험담 포스팅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 2. 7. 내용 추가
이 글을 계속해서 찾아주는 분들이 계셔서 먼저 힘내시라고 위로의 말씀 드릴게요.
저는 2020년 5월 발병한 돌난과 극심한 어지럼증 이후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저도 사실 이 거지같은 병을 고치기 위해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중 많이 궁금해 하시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서 간단하게 보충설명을 붙이고자 합니다. 이 내용이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어지럼증이 지속된 기간
저는 어지럼증이 1년 넘게 지속되었어요.
일단 발병 초기에는 극심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찾아와서 직선으로 걷기도 힘들었고, 눈 감고 서 있으면 뱅글뱅글 도는 느낌이 들어서 균형을 잡고 있을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어지럼증 나 자신도 돌볼 수 없는 지경인데 육아까지 하려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5~6개월 즈음 지나니 어지럼증이 가시기 시작했습니다. 직선으로 똑바로 걸을 수 있었으며, 눈을 감고 균형을 어느정도 잡을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잔 어지럼은 계속 남아서 저를 괴롭혔죠. 예를 들면 갑자기 일어날 때, 시선을 돌릴 때, 잠을 잘 못잤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술먹고 다음날 숙취가 심할 때, 커피를 마셨을 때 잔어지럼이 발생하였습니다.
신기한건 술 마셔서는 어지럼증이 잘 심해지지 않았는데 커피는 거의 다이렉트로 반응했습니다. 그래서 어지럼증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거의 디카페인 커피를 많이 이용했어요.
이명이 익숙해지는 시간
사실 전 어지럼증에 대한 고통이 너무 심했어서 이명은 크게 신경을 안 썼어요. 근데 어느 순간엔가 머리 위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함께 들리더라구요. 청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저음성 이명이 찾아온 것입니다. 저음성 이명은 잠부족일때 밤에 들리는데요.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시간이 새벽 1시라서 머리 위에서는 저주파 이명이, 오른쪽 귀에서는 고주파 이명이 함께 들리고 있습니다-_-ㅋㅋ.
이명에 적응하는건 정말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나이가 들면서 귀가 완벽하게 적응한 것인지는 몰라도 20년간 들렸던 이명소리가 사라졌다고 하더라구요. 저희도 언젠간 이분처럼 이명소리가 사라질 날이 오겠죠. 그때까지 어떻게든 파이팅 해봅시다~!
머리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머리에서 저음성 난청이 들리니 뇌에 이상이 있는건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뇌 검사 관련된건 다 해봤는데 완전 정상이었습니다. 일단 전 뇌에 문제가 없는거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2024. 2. 21. 내용 추가: 잠부족
최근 둘째아이가 태어나고 계속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다 보니까 잔 어지럼 증상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지만 잠부족이 지속되다 보니 신경이 좀 예민해지는 경향이 없잖아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저의 삶은 출근→집안일+육아근무→부업→잠부족→출근.. 쉴 틈이 없다보니 몸에 좀 무리가 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측면에서 봤을때 수면과 이명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것 같아요. 본문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저음이명도 갖고 있는데요. 이게 일상시간때는 아무소리도 안들리다가 늦게 잠자리에 들때면 찾아옵니다. 저에게 일찍 자야한다고 알려주는 느낌이랄까요?
생각해보면 결혼하기전에 저는 하루에 10시간도 넘게 자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4~5시간만 자고 생활하고 있네요…ㅋㅋ
어쨌든 약하긴 하지만 어지럼 증상이 찾아오니 조금 무섭긴 합니다. 이러다가 갑자기 더 심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메니에르는 계속 돌봐줘야 하는 불치병이라고들 하지요. 저 역시 피해갈 수는 없었나봅니다.
그나마 지금 더 심해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건 3년전 보다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좀 잘 자고 건강만 잘 챙기면 될 것 같은데 앞으로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의 부업체계가 어느정도 완성이 될 때까지는 잠부족 상태가 지속 될 것 같거든요.
본 포스팅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일기 형식으로 글을 채워나가고자 합니다. 증상이 완벽하게 사라지는 그 날까지 기록은 계속 될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다들 힘내세요. 시간이 해결해줄겁니다!